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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_ 겨울 안개 속에서

 

 

그 길은 너무 익숙한 길이었습니다.

길을 잃을 만큼 그렇게 복잡하거나 낯선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만 그 길에서 길을 잃고 몇 번을 헤맸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운전을 하며 지나던 그 한적한 시골 국도에는 늘 똑같은 나무들,

가끔씩 나타나는 늘 같은 건물, 늘 같은 집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우거진 작은 숲이 나타나 미국 동부 특유의 한가한 풍경을 연출해주지만, 그렇다고 그리 경관이 뛰어난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 길은…

 

그런데 그날 그 길의 모습은 정말 달랐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겨울 안개 뽀얗게 덮인 도로변의 나무 숲들은 마치 동화 속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나라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흰 너울처럼 살랑거리는 겨울 안개는 검은 숲을 하얗게 덧칠해 놓았고, 회색 하늘 아래서 나무와 수풀과 덩굴들은 신비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걸려있는 하얀 안개는 마치 소녀의 목을 두른 꽃 화환처럼 부드럽고, 온 천지는 안개 속에서 새로 단장한 신부마냥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치장되어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름답게 변한 길 주위의 모습이 하도 생소해

빠지는 길을 놓치고는 몇 번이나 헤매다가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익숙하던 길의 모습을 바꿔 놓았을까 하고…

 

그것은 안개였습니다.

그리 멋지지도 않고 그리 뛰어나지도 않던 그 길의 풍경을

그렇게 신비하고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든 것은 안개, 하얀 겨울 안개였습니다.

 

익숙한 길에서 헤맨 사실이 어이없어 헛웃음 지며 돌아오다 갑자기 의아해졌습니다.

하얀 안개로 모습이 싸인 것밖에는 별 치장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 길이 그리 생소해 보였을까?

하얀 안개가 감싼 것밖에는 별 단장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 길이 그렇게 멋지게 변한 걸까?

 

그러다가 갑자기 그 길 모습이 부러워졌습니다.

나도 그렇게 변한 멋진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그래서 늘 봐오던 사람들이 변한 모습에 놀랄 수 있다면…

 

나도 모르게 입술에서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하얀 겨울 안개처럼 부드럽게 감싸시는 성령의 은혜로

내 추한 모습도 그렇게 가려질 수 있기를…

변하게 하시는 성령의 손길로

내 모습도 그렇게 곱게 치장해 주시기를…

그리고

성령의 안개로 변한 내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게 되기를…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성령의 일이 되고,

내가 하는 말이 성령의 말이 되고,

내가 하는 생각이 성령의 생각이 되기를…

 

겨울 안개 속에서 헤매던 그 날은 너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