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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같은 사람

 

                                                                           강 영은

 

오월의 문턱

싱그러운 봄이 제자리를 잡느라 봄비를 뿌립니다.

초록 물을 세차게 뽑아 올리고 싶던 잎들이

고운 빛깔에 윤기를 더하고 싶던 꽃들이

목마른 듯 입을 벌리고 비를 마십니다.

 

재촉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촉촉이 적시는 봄비…

잎들을 씻어주며 조용히 속삭이는 봄비의 사랑 속에서

나뭇잎들은 한결 더 푸른 색을 띠어가고,

간지럽히듯 부드럽게 쓰다듬는 봄비의 손길 속에서

겨우내 땅 밑에서 움츠렸던 작은 생명이 쑥쑥 커갑니다.

 

 

풋풋한 봄

아직 미처 싹을 틔우지 못한 식물들과,

아직 소낙비를 맞을 만큼 단단하지 못한 나뭇잎과,

아직 물이 차 오르지 못한 연한 꽃들에는  

흙덩이를 헤집으며 세차게 쏟아지는 부담스런 여름비보다는

이슬처럼 촉촉이 적시며 잦아드는 봄비가 좋습니다.

봄비 속에서 비로소 한해살이 채비를 차리는 연한 생명은

아직 세찬 빗줄기를 견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름 소나기처럼 너무 강하게 밀어치지 않는

보슬보슬 내리는 비단실 같은 고운 봄비를 바라보다가

봄비처럼 부드러운 분을 마음에 떠올려봅니다.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로 거리에 들리게 아니하”시는 분…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맺히는 이슬이요, 연한 풀 위에 가는 비요, 채소 위에 단비”같으신 분을…

 

눈이 부셔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정오의 햇살이 아닌

아침 빛 같이 서서히 밝아 그 빛에 천천히 길들게 하는

사려 깊은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주님…

항상 잔잔하게 마음을 토닥여주시는 주님…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내리는 봄비 같은 주님…

 

 

때로 진리를 가졌다고

때로 진리를 옹호한다고

때로 진리를 전한다고 높이는 시끄러운 우리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속삭이는 봄비 같은 주님의 소리와 얼마나 다른지…

 

생명의 물을 가졌다고

생명의 물을 나눠준다고

마구 가슴을 헤집는 세찬 여름비 같은 우리의 모습은

촉촉이 마음을 적시는 봄비 같은 주님과 얼마나 다른지… 

 

 

장마비처럼 다 휩쓸어 갈듯한 세찬 비가 아니라서 좋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에 상하게 하는 강한 비가 아니라서 좋은,

창밖으로 조용히 뿌리는 봄비를 내다보다가

한숨처럼 중얼거려 봅니다.

나도 봄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나도 우리 주님처럼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