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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_ 인생의 로뎀나무 아래서

 

강 영은                                                

 

아직 더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큰일을 위해 잠깐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외로움과 낙심 속에서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로뎀나무는 잠깐 지나는 길의 쉼표였지 마침표는 아니었습니다.
앞을 향해 더 힘차게 내디뎌야 하는 발걸음을 위한
하늘 위로의 전주곡이 흐르는 쉼터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로뎀나무가 있습니다.
누구나 가끔 인생의 로뎀나무 아래서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생의 무게 너끈히 지고 가다가도
믿음의 발걸음 가뿐히 떼며 가다가도
가끔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잠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바람이 너무 거세게 느껴지고
앞으로 더 갈 수 없을 것같이 길이 험난해 보이고
가슴에 품은 소망 낱낱이 흩어질 때,
그때 로뎀나무 아래로 우리를 초청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나와 만나자고,
그래서 하늘에서 오는 빛줄기를 다시 보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위로를 다시 받고,
일어나 길을 계속 가라고…

 

우리는 가끔 로뎀나무 아래 쓰러집니다.
그리고 그 그늘 아래서 가쁜 숨을 고릅니다.
잘 압니다.
인생의 로뎀나무, 그곳은 편한 곳도 아름다운 곳도 아니라는 것을…
뜨거운 햇볕, 거센 소나기 피할 길 없는 삭막한 사막 같은 곳,
잠깐 머리를 묻고 죽기를 구하는 그런 곳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곳은 오래 머물 곳은 아닙니다.
여정길에 잠시 쉬어가는 쉼터일 뿐입니다.


우리는 가끔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가 됩니다.
마구 흔들려 허둥대며 로뎀나무 아래로 피하는…
힘 빠진 채 주저앉아 로뎀나무 아래 숨고 싶은…

 

그러나 우리는 잘 모릅니다. 

로뎀나무 그곳이 다시 희망을 품게 하는 곳인 것을…

로뎀나무 그곳에 숨어있는 새 날개를, 새로운 비상을…

우리는 모릅니다.
인생의 로뎀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그 나무 아래 흔들림이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다시 솟게 하는지를…
아프다고 울 때는 잘 모릅니다.

로뎀나무는 새 엘리야를 태어나게 하는 요람이었습니다.
새 소망이 태어나기 위한 무덤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의 로뎀나무도 그렇습니다. 

그곳은 진정한 죽음 후에 시작되는 새 삶의 탄생지입니다.
다시 주님을 만나는 소망의 쉼터입니다.
또 다른 도약을 약속하는 희망의 벧엘입니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로뎀나무를 지나셨습니까?

얼마나 자주 로뎀나무 아래 쓰러지셨던가요?
그러나 오늘 로뎀나무에 다시 간다 해도,
내일 로뎀나무에 다시 간다 해도,
거기엔 우릴 위로하시는 주님의 환한 얼굴이 있기에,
새 소망으로 인도하실 주님의 따뜻한 손이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다시 힘찬 발걸음을 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