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etter_내가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갔으면

 

 

강영은                                                                                                               

 

때때로 나는 구레네 시몬이고 싶습니다.
어깨 위에 지워진 세상 죄짐 너무 무거워
휘청이다 쓰러지신 당신 어깨 위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구레네 시몬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옥에도 함께 가겠다던 베드로도 떠나고
어디든지 따르겠다던 제자들도 도망가고 없던
외롭고 슬펐던 그 날,
당신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던 그 길에
나도 있었다면 좋았겠습니다.


어설픈 걸음, 머뭇거리는 모습이어도 좋습니다.
십자가 지고 가시는 당신 곁에 바짝 따라가
당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땀 닦아드리고
내 짐 때문에 더 무거워진 그 십자가를
성큼 건네받아 내가 졌다면 좋았겠습니다.


그 날 동정의 눈빛 던지다 얼떨결에 지게 된 십자가가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후에 십자가의 의미를 알게 된 구레네 시몬은
몇 번이고 더 그의 어깨를 빌려드리고 싶었겠지요.

때때로 나는 내가 구레네 시몬이었으면 합니다.
그 길에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그 아름다운 십자가를 지고 갔던 시몬이었으면…
자기 죄짐을 지고 가는 줄도 모르고 퍼붓는
무리의 조소와 멸시의 말이
당신의 외로운 어깨 위에 쌓이고
점점 더 무겁게 내리누르는 죄짐이
찢어져 피가 흐르던 당신의 어깨를 아프게 할 때
십자가를 건네받는 시몬을 보시고
낯선 친절에 고마워하며 던지시던 당신의 미소를
내가 받아보았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고귀한 보배 피가 옷자락에 튀고
당신의 소중한 땀방울이 손바닥에 묻었던 그 날,
저 죄인의 몫을 왜 대신 져야하나 의문하던 그는
말 없는 수난자,
털 깎는 자 앞의 양처럼
온유하고 조용한 당신을 보고 놀랐지요.
채찍으로 맞고 가시관을 써도
손에 못 박히고 옆구리를 찔려도
한마디 말도 없던 당신을 보고…

놀라던 그의 귀에 들린 당신의 기도…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그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졌던 그 십자가는
원래 그가 졌어야 할 십자가였다는 것을…

때때로 내가 구레네 시몬이었다면 하고 바라봅니다.
그에게만 주어졌던,
단 한번밖에 없던 행운의 기회,
메시아의 십자가를 대신 졌던
행운의 기회를 가졌던 사람…


때때로 내가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
구레네 시몬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