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etter_노을녘에 서서

 

 

강영은                                                                                                   

 

그날도 오늘처럼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겠지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시며,
차마 버릴 수 없어 주저하시며,
당신은 자꾸 뒤를 돌아다보셨지요.


노을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도성,
그러나 가슴에 칼을 품은 도성 예루살렘…
선지자들을 돌로 쳐 죽이고,
하나님의 아들의 피를 흘릴 예루살렘은
석양의 지는 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지요.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당신의 흐느끼는 입술에서
비통한 울음이 터져 나왔을 때
아름답지만 잔인한 그 도성은
당신의 통곡의 이유를 알았을까요?


서산에 지는 태양이
택함 받은 도성을 떠나기 싫은 듯 머뭇거릴 때
회개하지 않는 간악한 그 도성은
사랑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당신의 눈물의 의미를 알았을까요?


그날도 오늘처럼
노을로 온 천지가 붉게 타고 있었겠지요.
감람산에서 사모하며 예루살렘을 내려다보시는 당신의 눈에,
천천히 떠나시며 한 번 더 성을 돌아보시는 당신의 마음에,
지는 해 마지막 광선 속에 빛나던 성전과 망대와 누각이,
자비의 끝을 재촉하며 당신을 밀어내던 백성들의 얼굴이 영원히 슬프게 조각되었을 그날도 말입니다.

당신의 기도와 눈물로 거룩하게 되었던 계곡과 작은 숲들,
당신의 사랑과 치료의 물결로 적셔졌던 마을과 작은 고을들,
이젠 다시 품을 수 없는 성을 뒤로 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시던 당신의 외로운 뒷모습…

하늘의 심판을 부르는 위선과 외식을 책하시던,
보지 못하면서도 본다고 우기던 교만을 책하시던,
돌이키라고 호소하시던 눈물 섞인 목소리…

오늘 노을녘에 서서
붉게 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세상을 향해 오랜 세월 쏟아부으신…
우리의 고집과 반역을 오래 참아주신 당신의 사랑을…


아직도 세상에 길게 드리우는 자비의 손길처럼
지는 태양이 마지막 긴 그림자를 남기는 이 저녁

노을처럼 타는 당신의 사랑이
가슴 깊이 밀려 들어옵니다.

그 때 예루살렘을 향하던 당신의 통곡이
행여 나를 위한 것이 될까
행여 우릴 위한 것이 될까
가슴 졸이며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