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신혼일기_#01.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글 김사름

겨울의 흔적을 녹이는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입니다.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반려견 달콤이와 산책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남편에게 메시지로 보냅니다. 요 며칠 월간지에 실을 첫 이야기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좀 했거든요. “여보, 우리 첫 번째 이야기로 프러포즈 편지 공개하는 거 어때요?” “헉! 어... 음... 좀 민망한데... 그래, 그래요.” 온갖 이모티콘을 동원하며 망설임을 표현하는 남편에게 동의를 구하고 편지함에서 편지를 찾아봅니다. 빨간 바탕에 하얀 하트가 그려있는 봉투에는 ‘프러포즈’라는 글씨가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써져 있습니다. 다소 엉뚱하고 순수한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웃음이 납니다.

To. 사름

언제 당신에게 프러포즈를 할까 고민하다가 다가오는 생일이 제일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을 기다려 왔습니다. 결혼을 앞둔 생일에 사름에게 어떤 프러포즈를 할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줄까, 놀이공원에 함께 가서 달리는 청룡열차 안에서 큰소리로 이야기 할까, 아니면 번지점프라도 할까? 그렇게 여러 가지 행복한 상상 속에서 혼자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 우리는 요양원에서 마주하게 되었네요. 당신도 나도 예상 못했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곳에서 저는 오늘 그대 앞에 세상에서 가장 떨리고 설레는 남자로 서 있습니다. 지난번 당신의 요청으로 언젠가 이 노래를 꼭 불러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짜 요양원에서 부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프러포즈 곡으로 말입니다.

그래요, 지금 이 순간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오직 생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의 전부를 주어서라도 당신을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나의 심장이라도 꺼내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에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알게 해준 그대, 삶은 고독과 눈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행복과 웃음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당신. 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단순히 여자가 아니라, 삶을 느끼고 숨 쉬게 하고 존재케 하는 나의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나와 하나 된 한 몸, 한 영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당신을 이제 내 앞에 두고 앞으로 어떤 시련과 역경이 우리에게 닥쳐온다 할지라도 그대의 생명이 나의 생명임을, 그대의 삶이 나의 삶임을 또한 그대의 호흡이 나의 호흡임을, 하나님과 우리 구주 예수그리스도 그리고 수많은 천군천사 앞에서 나의 마음과 진심을 다해 당신께 고백합니다.

사름씨,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2016년 3월 19일 당신의 생일날 From. 인섭

유방암으로 인한 한 번의 수술과, 4년 뒤 재발했다는 검사결과에 천연치료로 방향을 잡고 요양원에 있을 그때였습니다. 직접 부른 노래를 틀고 마음으로 써내려간 편지를 읽어준 뒤, 꽃다발을 건네던 남편의 모습은 지금도 제 가슴속에 뭉클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후 10개월 동안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며, 매일 보는 남편이지만 그를 대하는 제 마음은 늘 새롭습니다. 고작 10개월이니 10년 정도는 살아봐야 한다고 하는 분도 있겠지요?^^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생명이 된다면’ 하고 불러줬던 프러포즈 곡처럼 남편의 사랑은 늘 멈추지 않고 잔잔하게, 때론 부단히도 거세게 흘러 제게로 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결혼생활을 하면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로 비유하시고, 그 인격적인 만남을 거룩한 예식으로 표현하신 말씀을 상고해보게 됩니다. 한 몸 되어 하나 되어 참 생명을 공유하는 관계, 참 생명이신 예수그리스도의 보혈로 살아가는 우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씀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겠지요. 우리와 함께 살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프러포즈가 사무치게 감사한 날입니다. 그 제안에 기꺼이 ‘예!’하고 반응하는 이 하루를 살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