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야 사랑해_4월 육아일기

글 김수길

1. 감기 뚝, 걱정 뚝

아이가 아프다. 엄마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속상하다. 지금은 할머니께서 투병 중이라 더욱 마음이 어렵다. 흔히 걸릴 수 있는 감기지만, 혹여 할머니에게 옮기지나 않을까 적이 걱정이 된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를 더욱 찾기 마련이다. 낮잠 자다가도 깨서는 눈물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온다. "엄마 안아줘." 다른 일 하지 말고 같이 있어 달라는 뜻이다. 얼른 안아주면 엄마 심장 소리를 들으며 금세 잠이 든다. 엄마는 부디 아이의 증세가 가볍게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아이는 누런 쌍콧물을 뿜어대더니 이틀 밤을 꼬박 끙끙 앓으며 잔다. 병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 어린것이 그리 앓는 소리를 뱉어낼까! 엄마는 자는 둥마는 둥, 유칼립투스오일을 아이 주변에 뿌려 놓고, 머리를 쓰담쓰담, 이마에 뽀뽀해주며 그저 이 시간이 어여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낮에는 시든 꽃 같은 모양새를 하고도 보채지도 않고 코밑이 붉어져 쓰라리도록 콧물을 다 풀어 닦으며 참 잘 견뎌내 준다. 감기 앓고 이튿날 물 한 컵, 생채소즙 한 컵, 생과일주스 한 컵 마셔주더니 물을 빨아올리며 소생하는 나무처럼 아이가 살아난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약을 먹지 않고, 간단한 천연치료와 면역력으로 이겨내 주는 아이가 대견하다. 콧물은 며칠 더 풀어냈지만, 평상시의 아이로 돌아왔다. 엄마 마음 가득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외쳐진다. 그래, 하나님은 언제나 엄마에게 감당할 만큼의 시험만 허락하시지.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시고, 여느 때보다 빨리 아이를 낫게 하시는 하나님은 정말 자상하신 아버지시다. 아이가 웃고, 재잘거리며, 큰소리로 노래하고, 춤을 추니 다시 천국이 만들어진다.

2. 잘한다. 우리딸

오늘 아침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와서 "제가 뭐 도와주면 돼요?" 하고 묻는 아이. "응 고마워. 초아는 행주로 상 닦고, 수저 놔주면 돼." 고사리 같은 손이 제법 야무지게 움직인다. "또 뭐 해요?" "초아가 엄마 많이 도와주고 싶구나. 이제 노래 불러줘." 아이는 얼른 장난감 마이크를 들고 와서는 신나는 무대를 선사한다. 그릇에 담아낸 음식을 상에 놔 주기도 하고, 쓰고 남은 재료를 냉장고에 넣어주기도 하며 엄마가 식사 준비하는 것을 돕는다. 식사시간마다 대표기도를 하는 아이. "엄마, 초아가 기도한대요~." 아직 자리에 앉지 못하고 분주한 엄마에게 얼른 와서 앉으라는 소리다. "하나님, 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음식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할머니가 빨리 낫게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시키지 않아도 투병 중인 할머니를 위한 기도도 빼놓지 않고 드린다. 종일 바쁜 엄마는 입으로만 놀아주는데도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한다. 할머니 간호할 때는 언제나 함께 돕는다. 숯팩 만들기, 지렁이잡기, 온냉타올찜질, 관장할 때도 '할머니 화이팅'을 외치며 용기를 준다. 투병이 힘든 할머니에게 초아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설교도 해드리고, 노래와 춤도 보여드리고, 때론 애교로 때론 바른 말로 할머니를 웃음 짓게 한다. 그러다 할머니 병세가 악화돼 병원으로 가시던 날, "초아가 맨날 할머니 빨리 낫게 기도했는데, 왜 더 아프지?" 한다. 엄마는 우리의 뜻대로 기도가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하나님의 뜻과 방법대로가 우리에게 가장 좋다는 것, 그래도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아직 다섯 살 아이가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이의 한마디에 엄마는 또 웃게 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래, 잘하고 있어 우리딸. 우리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으로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