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야 사랑해_부드러운 마음 밭과 단순한 믿음 / 엄마 손, 예수님 손

글 김수길

1. 부드러운 마음 밭과 단순한 믿음

"초아야, 우리 씨앗 뿌리러 가자." "우와~ 좋겠다. 야~ 신난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방방 뛴다. 기저귀도 떼지 않은, 말도 서툰 두 살때부터 아이는 호미 두 자루를 들고 엄마손을 이끌고는 텃밭으로 향했었다. 김도 매고 나물도 캐며 벌써 다섯 살이 되었다. 이제는 함께 나물 캐러 가면, 저만치 먼저 가서는 냉이를 긴 뿌리째 캐서 들고 온다. 가위를 들고 가서 쑥도 뜯는다. 벌레에 물렸을 땐 아기똥 풀을 꺾어서 노란 진액을 바른다는 것도 안다. 분홍빛 진달래를 따면 큰엄마 채식요리 동영상에 나오는 진달래화전도 몹시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시골에 살면서 자연스레 익힌 것들이 몸에 베고 노래로 불려진다.

"초아야, 씨 뿌리기 전에 먼저 풀을 매야지." "아~ 맞다." 아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김을 맨다. "이제 뿌려요?" 얼른 씨를 뿌리고 싶은 아이는 마음이 급하다. "아니~. 땅을 만들어야지." "아~"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조심스레 씨를 뿌리는 아이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다. 이런 기회를 놓칠새라 엄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초아야, 씨는 하나님의 말씀과 같아. 씨를 뿌리기 전에 우리가 땅을 만들었지? 땅은 우리의 마음과 같은 거야. 부드러운 마음 밭에 말씀의 씨앗을 심어야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랄 수 있어..." 아이는 네네 대답을 하며 씨앗심기를 마무리한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했을지라도 가랑비처럼 스며들며 아이의 부드러운 마음 밭에 하늘의 씨앗이 심겨지고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집으로 향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는 꼭 묻는다. "엄마, 오늘은 책 몇 권 읽어요?" 시간이 좀 늦었을 때는 '한 권', 좀 여유가 있을 때는 '세 권'이라고 엄마는 답을 준다. 그러면 아이는 "네~"하고는 성경 이야기책을 골라서 이부자리로 들고 온다. 오늘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고 나와 광야생활 하는 장면이 담긴 책을 읽게 되었다. "물이 떨어져가니 이스라엘 백성은 또 불평하기 시작했어요. 우리에게 마실 물을 달라. 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어 물이 없는 사막에서 죽게 하느냐?...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 지팡이로 바위를 쳐라. 하셨어요.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치자 시원한 물이 나와서 모두 마실 수 있었어요..." 이야기가 이쯤 되자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우리가 먹는 약수터 물이랑 수돗물 다 없어지면, 하나님께서 바위를 쳐라 하면 물이 나와서 먹을 수 있어요?" 하하하 "초아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엄마의 되물음에 아이는 서슴없이 "네~"하고 대답한다. 넌 어쩜 그리 단순하니? 너의 그 단순하고 깨끗한 믿음이 정말 갖고 싶구나.

 

2. 엄마 손, 예수님 손

아이의 할머니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다. 시골에서 대중교통 이용해 외출할 일이 거의 없는 아이는 도시에 오면, 버스를 가장 타고 싶어하고, 지하철 타는 것도 좋아한다. 골목골목 지나서 큰길이 나오고 인도를 따라 쭉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드디어 지하철역이다. 다리가 아프니 안아달라는 걸 슬슬 달래가며 걷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해서 병원에 도착했다. 기다림 끝에 할머니 진료를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가야한다. "초아야, 도시는 복잡하고 차도 많아서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녀야 해. 안 그러면 금방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 알았지?" 엄마에게 수없이 들은 터라 어디 외출할 때마다 아이는 먼저 "엄마 손, 엄마 손."하며 얼른 엄마 손을 붙잡는다.
그런데 지하철역까지 운행하는 병원셔틀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던 엄마는 아이의 할머니에게 시간표를 알려드리고 다음 번에도 참고하라며 설명하던 중 어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크게 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니 어떤 아이가 저렇게 엄마를 부르며 울지? 생각하다 아차 싶었다. 초아가 엄마 곁에 없다.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큰 기둥이 서로를 막아 서 있었고 순간 눈에서 사라져버린 엄마를 부르며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얼른 달려가 아이를 안아주며 엄마는 아이를 진정시키려 한다. "초아야, 많이 놀랐지? 엄마가 안 보여서 잃어버린 줄 알았구나. 괜찮아. 엄마 여기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 엄마가 너를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아이는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엄마를 꼭 껴안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든 아이를 안고 업고 돌아오는 고된 길에 엄마는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예수님의 손을 놓쳤을 때 어떠했는가? 아이처럼 소스라치게 놀라고 울며 찾았던가? 예수님을 잃어버리고선 그 사실 조차 모르진 않았는가? 나를 찾고 계신 예수님을 피해 오히려 도망치지는 않았는가...'
오늘 일을 겪으며 성령께서 주시는 깨달음에 엄마의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엄마는 아이를 잠깐 잃어버렸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잃어버리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시야에서 놓치거나 다른 일때문에 잊어버리신 적도 한 번 없었지. 변함없이, 매순간 함께 하시는 자상하신 분이시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이렇게 좋으신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해줘야겠다.
'초아야, 우리 예수님 손 꼭 붙잡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