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신혼일기_#04. 1주년, 사랑을 구하며

 

부부가 된다는 엄숙한 책임과 따스한 설렘을 안고 1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동안 서로가 겪어낸 삶의 조각들을 떠올릴 때마다 저희가 외치는 동일한 간증 한마디는, ‘아, 하나님이 우리를 살게 하셨다!’ 뿐입니다. 1주년을 즈음하여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분주한 일상이지만 용감하고 철없는(?) 신혼부부의 여행 계획을 막을 수는 없었지요.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쭈뼛거리던 부부에게 부모님은 오히려 재미있게 다녀오라며 용돈을 쥐어주십니다. 여행 날 아침, 마치 여름이 온 듯 쨍쨍한 기온처럼 우리의 마음도 한껏 고조되어 있습니다. 흙먼지가 뽀얗게 앉은 차를 깨끗이 청소하고 출발! 하자마자 다시 돌아옵니다. 부모님의 네비게이션을 빌려 가기로 했는데 들뜬 마음에 출발부터 해버린 것이죠. ‘역시 허당부부다’ 하고 웃으며 돌아가니 아빠께서 “우리 보고 싶어서 벌써 갔다 왔어?”하십니다.  여행지는 전라남도 ‘여수’입니다. 둘 다 전라도 쪽은 가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늘 궁금했던 지역이기도 하고,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드디어 출발하는 차 안,
“여보, 우리가 벌써 1년을 같이 살았네요?”
“와~ 진짜 시간 빠르네요. 우리 1년은 정말 하나님 은혜로 살았다. 그치?”
사람이 보기에 위기라고 생각했던 순간마다 하나님의 일하심과 관여하심을 느끼며 지내온 1년, 그 시간들을 감사로 되새기며 다가올 날들 또한 늘 주님과 동행하기를 바라는 원함을 담고 소박한 여행길에 오릅니다. 연휴가 낀 날이라 도로 위에 차는 생각했던 대로 막힙니다. 하지만 도로 위 정체도 서로 대화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일정 가운데 한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하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볍습니다. 삶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감사함으로 지나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매번 그러하지 못하고 때론 쓰러지기도 하는 우리의 연약함은 늘 존재하지만요.

여행 일정 중 가장 마음에 두고 온 곳은 바로 ‘손양원 목사 기념관’입니다. ‘사랑의 원자탄’이라 불리는 믿음의 선조를 기억하는 일이, 1주년을 맞이한 부부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기념관에 들어서서 나병환자의 썩어가는 발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고 있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어떠한 사랑일까?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청년을 양아들로 삼아 진정한 회개와 용서를 경험케 한 그 사랑에 대해서도 깊은 묵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랑이 우리에게서 나올 수 없음을 고백하며 주님으로부터 기인한 그 사랑이 진정 우리 안에서 물밀듯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 소망이 기도가 되어 흘러나옵니다.

“여보,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을 할 수 있지?”
“이건 정말 하나님이 안에 계셔서 그분의 사랑이 사람을 통해 흘러나온 진짜 사랑이겠지. 우리는 참 멀었다.”
“당신은 내가 나병환자처럼 고름이 나온다면 저렇게 할 수 있겠어요?”
“어! 나는 여보한테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OO한테는 솔직히 그렇게 못할 거 같은데~”
“맞아 나도 그래요... 그런데 하나님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동일하잖아. 우리도 그 근원적인 사랑을 구합시다. 주님이 우리 안에서 행하게 하실 그 사랑을!”

문득 청첩장에 쓰였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둘의 만남이 가족과 이웃에게 축복이 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우리의 삶이 그러한지 되돌아보고 더욱 간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님으로만 가능한 그 삶을 더욱 소망하게 됩니다.  기념관을 나와 여수의 푸른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상케이블카를 무려 3시간을 기다려서 탔네요. 3시간을 기다린 게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죄로 물든 세상 가운데서도 창조의 흔적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석양이 지는 하늘을 더 가까이 마주보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동시에, 이 땅에서 마음의 하늘나라를 경험하며 살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혼자 계신 시어머니께 들러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남편이 시어머니께 말합니다.  “어머니, 나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하고 감사해요.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셔서 어머니께 고마워요.”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그거면 됐다.” 모자의 대화 속에서 저는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이 어머니께도 넘치도록 흘러 들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인위적이고 인간적인 사랑이 아닌 주께로부터 나온 사랑, 명예심이나 욕망적인 사랑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의 내용에서 나오는 사랑. 손양원 목사님이 애양원을 놓고 기도하신 마음이 오늘 부부의 마음 가운데 동일한 기도가 됩니다.

오, 주여 내가 이들을 사랑한다 하오나 인위적 사랑, 인간의 사랑이 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사람을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여 주시고, 주를 위하여 이들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보다는 더 사랑치 않게 하여 주시고, 주께로부터 나온 나의 사랑이옵고 또한 주를 위하여 사랑하게 되는 것이매 내 어찌 주보다 더 사랑하게 되오리까.  ......... 주여 내가 또한 세상의 무슨 명예심으로 사랑하거나 말세의 무슨 상급을 위하여 사랑하는 무슨 욕망적 사랑도 되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다만 그리스도의 사랑의 내용에서 되는 사랑으로서 이 불쌍한 영육들만 위하는 단순한 사랑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손양원 목사의 애양원을 위한 기도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