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_탕자의 아버지처럼 기도하면서

 

저에게는 13살 된 딸이 있습니다. 외향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아주 맑고 밝은 아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주 심각한 얼굴로 저를 부르더니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나 집을 나가고 싶어요. 교회도 나가고 싶지 않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겉과 속이 똑같은 아이라 황당한 일도 많았지만, 저와 그런대로 잘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딸의 말은 너무도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니? 뭐가 문제인지 엄마한테 말해봐”
그러나 딸은 고개를 떨구고 입을 삐죽 내민 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만 내려다봅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여느 때와는 많이 다른 아이의 모습에 좀 더 기다리며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OO야, 네가 엄마에게 이야기해 주어야 엄마는 알아.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 그래야 엄마도 너를 도와줄 수 있잖아. 그런 말이 엄마를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인지 너도 알지?”
그러나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얘기해 봐야 엄마랑 아빠가 절대 허락해 주지 않을 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들어보자. 엄마 맘이 너무 힘들어. 불만이 있다고 그냥 나가버린다고 안 보고 살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 힘들어도 이야기해서 서로 용서하고 이해해 주면서 지내는 게 가족이야. 얼른 이야기해 봐”

잠시 후에 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먹이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난 이런 속박이 너무 싫어. 여기 있으면 해 보고 싶은 것도 못하고, 내 꿈도 이룰 수가 없어. 여기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
“어떤 일이 하고 싶은데? 엄마에게 얘기해 봐. 전에 말했던 그 미니스커트가 입고 싶은 거야?”
근래에 옷과 얼굴에 관심이 많아진 딸이 얼마 전에 미니스커트가 입고 싶다고 졸라대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제서야 딸은 고개를 들고 내 눈을 슬그머니 쳐다보더니, “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 그러려면 연습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잖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엄청 심각한 딸의 말이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는 내 모습을 보고 용기가 났는지 이제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난 짧은 바지도 입고 싶고 찢어진 청바지도 입고 싶고, 스트레이트 파마나 염색도 하고 싶단 말이에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아이의 발언은 전부터 한 번씩 요구해 왔던 일들이었고 그 때마다 단정한 옷차림과 건강에 대한 조언으로 마무리 지어왔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저 혼자 마무리 지은 것이지 아이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집을 나가고 싶은 우리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만 하는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아이의 마음을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건 언제 할 생각이니?” 내일이라도 당장 짐 싸가지고 나간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마음을 졸이며 물어보았습니다.
“당연히 고등학교 졸업하고 해야죠.”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OO야, 너는 엄마 아빠의 생각을 잘 알고 있어. 왜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지 말라고 하는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하나님과 멀어지기 쉬운 직업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OO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엄마 아빠도 더 말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하나님도 우리에게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으시거든? 탕자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렸던 것처럼 엄마 아빠도 그렇게 할거야.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너의 구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실 것이고, 엄마 아빠도 너를 위해 늘 기도할거야.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하니까...”
아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정말? 정말이에요?” 하고 반복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의심에 가득한 눈초리로...
“OO야, OO가 엄마 아빠를 오해한 듯하네? 언니도 전에 너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 했어. 그래서 엄마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엄마는 그 때도 지금 네게 말한 것처럼 언니에게 이야기해 줬어. 다음에도 이런 문제로 마음이 힘들어지면 엄마 아빠에게 일단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리고 며칠 후에 딸과 함께 쇼핑을 가서 입고 싶은 옷을 골라보도록 하였습니다. 조금 머쓱해 하면서도 신이 난 아이의 마음이 얼굴 가득 보였습니다. 1시간 반 정도 이 옷 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우리 딸내미~~~
“엄마, 이 옷은 어때?” “엉덩이 부분이 터질 것 같아.”
“그럼 이 옷은?” “오! 그건 괜찮은데?”
“엄마, 엄마, 이리 와 봐요. 이건 어때요?” “그 가로선 때문에 다리가 뚱뚱해 보여.”
딸의 패션쇼는 끝이 없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좀 무료해지기까지 했지만, 신바람이 난 딸을 보니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이게 옷인가 싶을 정도로 찢어지고 흠이 난 옷들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딸의 패션쇼는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맘에 딱 드는 옷이 없어요.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사야겠어요.” 하며 그냥 집에 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아까 그 옷이 제일 이뻐 보이던데, 그냥 그 옷으로 사는 게 어때?” 그나마 조금 단정해 보이던 4부 청바지를 권해보았지만, 딸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원하는 옷을 주문했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옷이 집에 도착한 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습니다.
옷 두 벌이 도착했는데, 한 벌은 긴 청바지였고, 한 벌은 스크래치 자국이 있는 4부 바지였습니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내게, “너무 짧은 바지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이제 겨우 6학년인데,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옷을 입고 교회 다니는 것은 더욱더 아니고...” 잠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딸, 이리 와 봐. 안아줄게.” 뽀뽀해 주면서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우리 이쁜 딸, 이렇게 알아서 입어야 할 옷, 입지 말아야 할 옷을 잘 선택하는데, 그동안 너무 믿어주지 못했구나. 그래서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말까지 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동안 바르게 키운다고 해왔던 우리의 교육목표는 옳았지만, 교육방식은 이 아이에게 많은 상처가 되었겠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분명히 제시해 주되 예수님처럼 친절하게 말하고 다정하게 표정 짓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제 부족함을 아시는 주님, 늘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와 준 아이를 보면서 친히 가르치시고 깨닫게 하시는 살아계신 주님이심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딸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엄마랑 옷가게에서 옷 입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그랬잖아요? 그 때, 엄마가 어떻다고 얘기해 주고 그랬잖아요? 나 그 때 너무 좋았어요.”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랬구나. 다음에도 꼭 같이 가자. 엄마가 잘 봐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