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간증_아빠, 내가 방 치워줄까?

 

저희 부모님 두 분 모두 살아 계시지만 유독 아버지는 제 마음에 존재의 가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나에게 상처만 주고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유년기 시절에 할머니가 술주정뱅이 할아버지로 인해 일찍이 집을 나가셨으며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학교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남의 집 일을 하며 청년의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육체의 노동으로 돈을 벌어와 가족을 먹여 살리셨지만 아버지는 늘 가족에게 냉대를 당하였습니다. 일하고 돌아올 때면 어렵게 일한 돈을 가지고 어김없이 술에 만취해서 가족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했고, 했던 말을 또 반복하며, 다음 날 학교에 가는 자식들의 형편도 모르고 잠을 재우지 않을 때도 여러 번 있었기에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를 미워하며 관심조차도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신이 가족에게 했던 행동들에 대해 방관만 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나와 가족들은 늘 창피하고 부끄러워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빨리 나와 독립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정을 만들고 교회를 다니면서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말씀에 남편과 함께 가끔 친정을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가까운 곳에 바람도 쐬러 다녔습니다. 내 마음에 부모님을 사랑해서가 아닌 단지 공경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십계명의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을 의무적으로 지켰으며 그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자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말없이 TV 속 세상을 의지하며 그것을 낙으로 삼으시고 자식들이 집에 올 때면 조금의 돈이라도 손에 쥐어주면 술을 마시고 엄마를 괴롭혔습니다. 자식들은 각자 스스로 가정을 이루고 출가했기에 더 이상 그러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했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는 괴로운 날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이가 점차 들면서 기력도 없어지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가끔 그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엾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와서 집에 갈 때면 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사 들고 가서 문을 빼꼼이 열고 “아빠 나왔어 이거 먹어” 하면 아버지는 TV 보던 얼굴을 돌리며 “담배는?”하고 자신의 필요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나는 “담배 좀 끊어”하고 재빨리 담배냄새로 찌든 그 문을 닫아 버리곤 했습니다. 나이가 일흔이 넘은 백발의 노인으로 집안에서만 생활한 지 오래되었기에 방안은 담배로 인한 역겨운 냄새와 여기저기 손길이 닿지 않는 지저분한 곳이 많았기에 더더욱 그곳에 발을 넣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필요한 것이 뭔지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엄마 방에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엄마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 올바른 진리의 말씀을 듣게 되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려고 상주 홈 처치로 오게 되었었죠! 저희 부부가 상주 홈 처치를 다니면서 저의 친정집과 가까이 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자주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님이 저희에게 전화하셔서 “상주에 매주 가면서 친정에 자주 찾아뵙지 않는다며 한 달에 한 번은 꼭 들렀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시어머니가 말씀해 주셔서 “네 어머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며 대답했습니다. 저도 사실 시간만 허락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맘이 늘 있었습니다. 엄마는 저희가 집에 오는 걸 무척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봄기운이 더욱 좋았습니다. 얼마 전 봄기운이 완연한 따뜻한 날 남편과 함께 친정집으로 향했습니다. 엄마 방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날 유독 아버지가 마음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아빠 방으로 건너가 문을 열고 문 앞에 앉아 아버지가 좋아하는 빵을 드시라고 내밀었습니다. 코를 자극하는 역겨운 담배 냄새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따듯한 봄날인데도 두꺼운 이불 속에서 엎드려 사다 준 빵을 드시며 TV를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는 인생에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그 순간 제가 읽었던 <오 그리스도> 중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가 떠오르며 “내 이웃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며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 는 말씀이 큰 감동으로 밀려왔습니다. 죄인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동정하고 도와주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라는 것을.....
나는 웃으며 “아빠 내가 방 치워 줄까?” 물으니 이빨 빠진 치아를 드러내며 “어”라고 좋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저도 웃으며 아빠를 일으켜 세우고 좀 씻고 오라고 등을 떠밀며 내보내고 청소를 시작하는데 구석구석 찌든 때와 담뱃재들 그리고 이불 속에 몰래 먹으려고 감춘 빵 봉지와 여기저기 박혀있는 집안의 꽁초를 보면서 독거노인을 연상케 했습니다. 한참 청소하니 깨끗한데 지금까지 나 몰라라 하며 피하기만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지금껏 아버지를 공경하지 못한 나도 또한 자식을 자식처럼 대하지 못한 아버지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을 청소하고 아버지가 면도하는 것도 봐주며 짧은 대화가 오고 갈 때마다 아버지는 “허허” 하며 웃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관심 가져주는 것이 아버지를 웃게 하였습니다. 집에 가려고 나오니 아버지가 머뭇거리며 “다음에 올 때 전기면도기 좀 사와” 라며 부탁까지 하셨습니다. 저도 기분 좋게 “알았어! 사다줄게”라고 답했습니다.
아버지가 짧은 인사로 “잘 가”라고 하자, 나는 “응 다음에 또 올게”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제 마음이 기뻐했습니다. 아버지도 이제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멀리 피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하지 않고 조금씩 다가가며 내가 거저 받은 사랑을 아버지에게 거저 주길 소원합니다. 사랑의 생명체 되시는 하늘 아버지를 알아가며 참된 회복을 원하고 바라며 가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