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야 사랑해_우와~ 바다다!

 

“우리 바닷가 갈까?”
느닷없는 아빠의 제안에 초아의 귀가 솔깃해진다. "우와~ 좋겠다아~."
엄마는 늘 브레이크를 한 번 걸어주는 사람이라 일단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다.
'바닷가라... 이미 장거리를 다녀오는 길이고, 엄마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려 몸이 힘들고, 집에 정리할 것도 많고... 그리고 바닷가는 그냥 가나?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도 많을텐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눈치 빠른 아빠가 초아에게 한 마디 한다.
"근데, 엄마가 말이 없네. 엄마가 좋다고 해야 갈 수 있는데."
결국 결정권은 엄마에게 주어지고, 엄마는 부담 백배.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찰나, 아빠가 또 입을 연다.
"근데 초아야, 내일 비 온다!"
이건 또 무슨 말씀이더냐. 한껏 아이의 마음을 부풀려 놓고, 비가 온다니... 초아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차근차근 말을 꺼낸다.
"내일 비 와요? 아침에 와요, 아니면 점심에 와요, 아니면 밤에 와요?"
"점심때 즈음 온대."
아빠가 일기예보에서 본 대로 대답해 준다. 지체하지 않고 초아가 입을 연다.
"그럼 바닷가 갔다가 점심되기 전에 돌아오면 되겠네~."
못을 박듯 내뱉은 아이의 한 마디에 엄마는 할 말이 없다. 그래, 초아가 이렇게 가고 싶어 하고, 장시간 운전에 피곤할 텐데도 가족을 위해 좋은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가장의 마음을 저버리는 건 도리가 아니지.
"그래, 갑시다!"

드디어 엄마의 입에서 승낙이 떨어지고, 각자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한다.
아빠는 텐트와 큰 물통을 엄마는 먹을거리와 옷가지들을 그리고 초아는 룰루랄라 신나게 놀 마음을^^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울진 망양정이다. 가는 내내 초아 입에선 노래가 그칠 줄 모른다. 저렇게 좋을까? 아빠는 또 열심히 운전하고, 엄마는 늘 그렇듯 뒷좌석에 누워 잔다.
“와~ 바다다!” 아빠와 초아의 함성소리에 엄마는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뜬다.
어느덧 철썩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닷가에 도착. 변변한 캠핑 도구도 없이, 구입한 지 십년도 더 지난 텐트와 버너 하나, 스텐냄비 하나 달랑 가지고 그렇게 하룻밤 캠핑을 하러 바닷가에 온 것이다.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근처 마트에 부식거리를 사러 다녀온다. 시장이 반찬이라 있는 대로 맛있게 저녁을 해 먹는다. 비록 바닥에 쭈그려 앉아 먹는 볼품없는 식탁이지만, 캠핑 도구 다 챙겨 와 폼 나게 테이블에 앉아 먹는 옆 텐트, 하나도 부럽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족할 줄 알면 되는 법. 어쨌거나 이렇게 초아네 첫 캠핑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엄마에겐 대단한 만족거리인 것이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아빠가 초아에게 말씀하신다.
"초아야, 바다 엄청 넓지? 하나님의 사랑은 이 바다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단다."
"네~"
마냥 좋은 초아는 대답도 시원시원하다.
텐트 안에서 뒹굴뒹굴 혼자 노는 모습이 안쓰러워 혼잣말처럼 엄마가 한 마디 한다. “초아에게 함께 놀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지나가는 개미 발소리도 들을 녀석, 어찌나 귀가 밝은지 엄마 말을 듣고 씨익 웃으며, “그래도 초아는 혼자서도 잘 놀잖아요~” 그렇게 아빠 엄마를 미소 짓게 하는, 참 사랑스러운 아이구나 넌. 

마음이 한껏 들떠있는 초아는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빠 엄마는 눈이 스스르 감기는데 말이다. "엄마, 잠이 안 와요, 잠이 안 와요."
"그럼, 양 한 마리 세어 봐."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엄마를 따라 양 열 마리 정도 세더니 "그래도 잠이 안 와요. 자장가 불러 주세요."한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어 주면서부터 자장가 부르는 걸 멈췄구나. 엄마는 오랜만에 나직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자장가를 부르다 보니 초아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잠이 드네.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아마도 초아를 일찍 잠들게 한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바람도 불고 날이 흐리다. 서둘러야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겠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 먹고, 일사불란하게 텐트를 걷고 짐을 차에 싣는다. 가족이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일을 하니 마음이 참 기쁘다. 비가 오기 전에 근처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마음껏 바다를 느껴보자~했더니... 초아는 신발에 모래가 들어온다고 멈춰 서서 신발을 털고 있다. ‘수영복도 가져올 걸’하며 아쉬운 표정을 한껏 지어 보이던 초아양, 결국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하고 눈으로 구경만 하고 철수했다. 무엇을 탓하랴. 너의 타고난 성향이 그러한 것을. 겁도, 부끄러움도, 조심성도 참 많은 아이지만, 너의 그러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줘야 하는 것이 또 부모가 아니더냐. 하나님께서는 너의 그러한 면도 다듬어 사용하실 것을 믿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엄마는 역시 내내 잠을 잤을 만큼 피곤했지만, 일상을 벗어나 가끔 이렇게 천연계 속으로 떠나보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것임을, 나의 시간을 쪼개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