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신혼일기_#05. 내 모습 이대로

 

이번 달 월간지에 실을 원고 마감 기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글로 써지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들을 모으느라 며칠간 애를 썼네요. 부부의 이야기를 한 회, 두 회 기고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속의 나와 실제의 나를 타인이 만난다면 동일하다고 느낄까?’ 더 많이 신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집니다. 진리이신 하나님이 저를 찾아와 만나주시는 경험을 하면서, 진리로 자신을 포장하거나 가식적으로 행하는 모습은 정말 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 모습 이대로 죄 되고 속절없고 초라한 모습 그대로 받아주신 분이기에, 주님의 의가 아닌 나의 의를 기반으로 한 그 어떤 위선과 가식도 행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생깁니다. 부족함을 알기에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시작합니다. ‘주님 저는 무익한 종이며, 도구일 뿐입니다. 말과 글에서 나타나는 나와 삶 속의 내가 일치하는 신앙을 하기 원합니다. 우리의 사는 모습을 솔직하게 펼쳐 놓을 때, 글 속에서 주님의 사랑과 은혜와 영광만 나타나게 해주세요.’

귀농 4개월 차, 시골의 일상은 분주함과 여유가 공존합니다. 할 일이 엄청 많으면서도, 또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도 하구요. 부모님의 포도밭에서 무농약으로 농사짓는 것, 텃밭 가꾸기, 농사시설 만들기, 간단한 공구 사용하기 등을 배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해 나갑니다. 특히 포도밭 일은 마주 보고 하는 작업이 많은데, 24시간 붙어있어도 그저 좋은 신혼부부에게는 최고의 일이죠.^^ 조금 힘들어도 격려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가버리니까요.
저희 부부는 둘 다 아주 꼼꼼하거나 야무진 성격은 아닙니다. 뭔가 열심히 하지만 늘 허점이 발견되는 일명 ‘허당부부’랍니다. 시골생활에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아직은 무얼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저는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6년간 시골에 살았는데 사실 지금도 잘 모르니 창피한 일이죠.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전엔 그저 시골의 풍경이 좋아서, 천연계가 아름다워서 시골생활이 좋았다면, 이제는 식물을 심고 가꾸고 그것을 활용하는 모든 과정들이 고되지만 즐겁다는 사실입니다. 이마에 땀을 흘려 먹게 하신 노동의 의미가 좀 더 마음 가까이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요? 죄로 인해 사탄에게 내어준 바 된 세상에서 우리를 살아가게 하신 방편인 노동, 노작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예전엔 주근깨와 기미가 생기는 것이 싫어 햇빛을 피했다면 이제는 그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생겼기에 괜히 투덜거리면서도 마음으로는 기쁨이 있습니다. 햇빛에 노출하는 것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야외 작업을 하게 됐지요. 남편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일한 후, 제게 말합니다.
“여보, 농사는 정말 하나님이 우리를 먹이고 입히신다는 걸 증명하는 일 같아. 근데 몸은 쑤신다. ㅎㅎ”

나름대로 열심히 시골생활에 적응해가며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제 마음에 어떤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일을 스스로 찾아 척척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불만으로 이어져 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좀 알아서 해주면 좋을 텐데... 좀 더 많이, 좀 더 잘 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들이 올라오면서 남편을 은근히 독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 체력이 아주 좋진 못하다 보니 내 몫까지 좀 더 해주었으면 하는 욕심, 가족들은 전혀 뭐라고 하지 않는데 좀 더 잘 해야 한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나 봅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남편의 최선은 외면한 채 자꾸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더군요.
어느 날 엄마와 대화 중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엄마가 너희랑 몇 개월 살아보니까 김 서방은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걸 느껴. 그리고 일이 아주 야무지거나 꼼꼼하진 못하지만, 부탁하고 맡긴 일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더라. 이제 시골생활이 처음인데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무리고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무런 힘든 내색이나 불평 없이 열심히 하니 그러면 된 거야. 엄마는 김 서방이 와서 좋고 감사해. 엄마, 아빠도 부족해서 상처 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우리 같이 사는 날까지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구하면서 살자.”
남편은 자신의 역량대로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을 다해 진실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확인 받으니 남편에게 가졌던 불만스런 마음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엄마의 말이 큰 위로가 되어 제 마음을 감싸주었지요.

그러고 보면 남편은 나의 실수나, 내가 하는 일, 습관들에 대해 한 번도 불만을 표하거나 지적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보는 왜 단점이 없어?” 하면서 사랑스럽게 지켜봐 주었지요. 요리만 하면 설거지거리를 잔뜩 쌓아 놓기로 유명한 저를, 외출준비에 꼼지락거리며 시간을 끄는 저를, 잘 못 챙기고 툭하면 잃어버리는 저를, 사소한 일에도 서운하다며 토라지는 저를 그저 도와주고 받아들여 주지요. 며칠 전 밤에는 남편이 자신의 마음에 사소한 문제들을 제게 이야기하더군요. 누군가의 잘못됨이나 상황에 대한 불평이 아닌 그저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인에게만 할 수 있는 넋두리 같은 것이었는데 그조차도 제 마음이 불편할까 봐 걱정합니다. 다음 날, ‘여보, 어젯밤은 편하게 사는 소인배가 복에 겨워 투덜댔다고 생각해줘요. 나처럼 편한 사람도 없는데 작은 것들 가지고 불평하는 내 모습, 회개하고 있어요.’ 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소인배가 아닌 대인 남편으로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저는 느끼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서로 보완하며 도우며 감내하며 사랑하며 살라고 부부라는 이름을 허락하셨나 봅니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으신 자상한 아버지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묵상해봅니다. 늘 그분의 은혜 아래 있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답으로 받습니다. 오늘 밤은 예초기로 제초작업 하느라 뭉친 남편의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어야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너무 고생했다고 진심을 담아 마음을 토닥토닥 보듬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