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야 사랑해_나 스트레스 받았어! / 누구랑 결혼하지?

 

1. 나 스트레스 받았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제 목욕시간이다.
작은 욕조 안의 물이 찰랑거리며 아이의 소소한 움직임까지 모두 말해주는 듯하다. 아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앉아서 한참 물놀이를 하며 씻다가 아이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엄마, 나 스트레스 받았어!"
'아이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자그마한 입술에서 스트레스라는 말이 다 나오고... 근데 니가 스트레스가 뭔지는 아니?' 엄마는 속마음을 감춘 채 아이의 마음을 떠본다.
"왜~?"
"그때... 엄마가 화내고, 억지로 해서."
운만 띄어도 엄마는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법. 그날 저녁 일을 꺼내는구나.
"그랬어? 엄마가 미안해. 스트레스 받아서. 초아의 마음이 어땠어?"
엄마는 아이의 작고 보드라운 어깨에 비누칠을 하며, 마음에 칠해진 검댕이도 닦아 내려 애쓴다.
"좀 그랬어."
"뭐가 그랬는데?"
스무고개 하듯 아이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하나님께 기도해서 마음이 괜찮아졌어."
아이가 정말 기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풀렸다는 말을 들으니 엄마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그랬구나. 앞으로는 초아 스트레스 받지 않게 엄마가 노력할게. 초아도 같이 노력하자."
"응."

어제 저녁의 일이다. 하루 마무리가 늦은 엄마는 마음이 급하다. 아이가 졸릴 시간인데, 엄마는 아직도 부엌에서 일을 끝내지 못했다. 목욕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부르는데, 아이는 졸음을 참으면서 계속 놀잇감을 가지고 우물쭈물한다. 아이가 가까스로 욕실에 들어오자 씻겨주는 엄마의 손길이 거칠다. 조금만 있으면 졸음에 겨워 분명히 울 것을 엄마는 아는 까닭에 손놀림이 빨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늑장을 부리는 아이가 못마땅하기도 하다. 졸리기도 하고, 엄마의 거친 손길이 싫기도 한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엄마의 잔소리가 더해지자 아이의 울음소리는 서럽게 변한다. 바로 아이의 마음을 풀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안 해 준 것이 아이의 마음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초아야, 많이 졸리지? 엄마가 부드럽게 씻겨주지 않아서 서운했어? 그랬구나. 미안해. 다음부터는 졸리지 않을 때 더 일찍 씻자.” 엄마가 이런 말로 아이의 마음을 만져줬더라면, 금세 풀리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을 텐데, 엄마가 괜히 자존심을 세웠다. 하루가 지나서 풀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올바른 모본을 보여주지 못해 엄마는 미안하고, 부끄럽다. 참 갈 길이 멀다.

 

2. 누구랑 결혼하지?

얼마 전 교회 이모와 삼촌이 결혼을 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이모가 예뻐서 친해지고 싶다고 엄마 귀에 대고 귓속말을 하는 아이는, 요즘 결혼에 관심이 많다. 긴치마가 입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꽃같이 생긴 것만 봐도 들고 결혼놀이를 하자고 엄마를 붙들고 늘어진다. 결혼식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럿인데, 집엔 초아와 엄마뿐이라,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그렇게 결혼놀이를 한참씩 한다. 그래도 여자아이답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엄마는 다행이랄까?

어느 날, 아가놀이를 하던 아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엄마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누구랑 결혼하지?”
“음... 글쎄?”
“아빠랑 결혼하나?”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잖아.”
“그래도~.”
“그럼 아빠를 뭐라고 부를 건데?”
“여보라고 부르면 되지.”
“그럼 초아 아빠는 없어지는데?”
“그럼 당신이라고 부르면 되지.”
“여보랑 당신이랑 같은 말이야.”
“그럼 작은엄마처럼 ‘자기야!’라고 부르면 되지.”
“자기도 같은 말인데? 초아가 아빠랑 결혼하면 엄마는 누구하고 살아?”
“그럼 엄마가 슬프겠지?”
“초아는 친구나 오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해야지.”
“그래? 다섯 살 친구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여자 둘 남자 하나, 이렇게 셋 낳아서 안아주고 업어주고 들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그러면 그 아이한테 내가 엄마가 되는 거야? 그 친구는 아빠가 되는 거야?”
“그렇지.”
“아~ 그래?”
아이와의 대화 끝에 엄마는 한참을 웃었다.

엄마는 아이가 자라 결혼할 그런 날을 기대하지 않는다. 주님께서 속히 오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신랑되신 예수님과 함께 살 아름다운 신부로 준비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스런 딸아, 어쩌니, 아빠처럼 멋진 사람과 결혼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대신 최고의 신랑, 예수님이 계시잖아. 우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로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