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로운 한 해가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많은 것들을 보듬어 안은 채, 많은 것들을 떠나 보낸 채, 많은 것들을 속으로 잠재운 채, 멈추지 않는 시간은 흘러갔고, 이제 우리 앞에 더 많이 깨닫고 체험해야 할 새로운 삶의 신비들이 다가옵니다.

 

이 해에는 우리 모두가 마음의 눈을 열어 더 밝아진 시야를 가지고 지난 해에 미쳐 깨닫지 못한, 그리고 미쳐 보지 못한 것들을 깨닫고 보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마음의 눈을 떠서 보면, 우리 주위에는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항상 아름다운 감동이나 눈물겨운 감격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고통으로, 절망으로, 아니면 시련으로, 그것도 아니면 철저한 좌절과 갈등으로 배웁니다.

올 한 해도 지난 해처럼 우리 곁을 싸고 맴도실 하나님의 사랑은 아직도 어렴풋이 밖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그분의 사랑을 우리들이 빨리 배우도록 하기 위해 좋은 선물을 마련해 놓고 계십니다. 고통, 그것은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떠남은 믿음의 시작

 

묵은 해를 떠나 새로운 해를 맞이하듯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모든 것들을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서, 더 좋은 것을 깨닫게 하시기 위해서 때때로 우리에게 있는 것들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붙잡고 있는 것을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떠나라고 하십니다. “신앙”은 “떠남”에서 시작합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그렇게 여러 번 떠나고 버렸던 것처럼... 그가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떠났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그 동안 우리를 형성시켜왔던 우리의 틀, 규정, 분석, 사고방식, 삶의 형식을 떠나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가지고 있던 정답고 손 때 묻은 묵은 것들을 다 버려야 하는 뼈아픈 이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완전히 벗어야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느낌, 하나님의 감정을 새롭게 덧입을 수 있기 때문에, 떠나는 아픔과 버리는 고통은 우리에게 필수적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손을 펴라고 하십니다. 욕심스럽게 손에 꽉 쥐고 있는 것들을 펴서 흘려 보내라고 하십니다. 우리를 그렇게 불행하게 만드는 쓸데없는 것들을... 그리고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조용히 쉬는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리고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를 위해 좋은 선물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놓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드는,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드는 아주 적절한 사랑의 선물을... 그 사랑의 선물은 바로 고통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시험하는 연단의 불이며, 우리를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태우는 불꽃입니다. 우리를 시련하시는 고통의 과정, 그것은 하나님께서 손수 마련하신 우리를 어루만지시는 다정한 사랑의 손길입니다.

 

고통은 사랑의 묘약

 

하나님께서는 매일 우리들의 마음을 살피고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들이 우리 자신들을 아는 것보다 더 깊이, 그리고 더 자세하게 우리들의 속마음과 생각을 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릅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에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우리가 만든 틀 안에, 혹은 우리가 머리 속에서 그려놓은 액자 안에 넣고 자신들을 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 줄로 착각하면서... 그것은 한갓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위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진정한 자신을 알아야, 그리고 형편없는 그 모습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진실로 새로운 삶을 원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시험과 고통의 불을 허락하십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이 정도만 버리면 된다고, 아직도 자신에 대해서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자기의 뜻과 생각을 고집하며 쓸데 없이 안간힘을 쓰는 우리가 빨리 얌전해 지도록, 그래서 하나님 앞에 속절 없는 상태 그대로 나와 납작하게 엎드려 굴복하도록, 그래서 치료하시고 빚으시는 하나님의 손놀림이 더 쉽고 유연하고 빨라지실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의 묘약인 시련과 고통을 처방해 주십니다.

 

시험하는 과정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잘 훈련만 받으면 그분의 영광을 위해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을 아십니다. 그래서 그분은 지혜로운 섭리로 우리들을 각기 다른 처지와 다양한 환경 아래 처하게 하셔서,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나게 하시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의 품성의 약점들이 드러나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하늘의 정신에 조화되고 자신을 이겨 승리하는 사람이 될 때까지 압력을 증가시키시고, 우리들을 거듭거듭 바닥으로 끌어내리십니다.

우리들의 숨겨진 결함을 드러내시고, 우리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성찰하며, 복잡한 정서와 자신의 마음의 동향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잘못된 점을 찾아내도록 하시는 것은 그분의 자비입니다. 우리들의 도덕적 능력을 시험하실 수 있고 우리들의 행위의 동기를 나타낼 수 있는 환경에 이르게 하셔서, 우리 안에 있는 바른 것은 계발시키고 잘못된 것은 버릴 수 있도록 하시는 것은 그분의 섭리입니다. 이런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순결하게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아주 겸손하게 엎드려 굴복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종종 우리를 공격하는 시련의 불을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고통 없이는 성취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불순물을 태우기 위해, 가치 있는 것으로부터 무가치한 것들을 분리시키기 위해 시련의 불을 허락하십니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의 모든 비밀이 완전히 드러나면 우리는 놀라 소리칩니다. “주님, 이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나요? “ 하며...

하나님께서는 철저하게 시험하는 시련을 통해 우리들의 연약함을 보게 하시며, 하나님만을 우리의 유일한 도움과 방패로 의지하도록 가르치십니다. 하나님의 정결하게 하고 깨끗하게 하시는 일은, 우리들이 겸손해지고, 자아에 대해 완전히 죽고, 자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조그만 자신감마저도 다 버린 채 오로지 그분만을 바라볼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럴 때에 우리들은 더 이상 충동에 의해 경솔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시험과 열정의 노예가 되거나, 사단에 의해 불 붙여진 육욕적인 마음을 따르는 자가 됨으로, 무모하게 주님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빠 가시고기의 사랑 민물에 사는 “가시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를 위해 힘쓰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하여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암컷 가시고기는 알을 낳은 후 어디론가 떠나버린답니다. 그러면 수컷인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서 알을 돌보지요. 그런데 그 알들은 신선한 물이 계속 공급되어야 죽지 않고 살아 부화할 수 있습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알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알들 주위에 신선한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해 계속 지느러미를 움직인답니다. 아빠 가시고기로부터 신선한 물을 공급받은 알들은 드디어 알에서 깨어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지요. 그러나 먹지도 못하면서 자기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게 하기 위해 계속 지느러미짓을 하던 아빠 가시고기는 힘이 빠져서 물에 떠내려 가든지,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쓸쓸히 죽어갑니다.

 

우리가 알에서 깨어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주님은 목숨을 버리셨으며,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온전히 깨닫게 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던 헛된 것들을 빨리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고통을 허락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그리고 그 고통을 우리와 함께 나누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작은 물고기의 얘기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통은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처방약입니다. 고통을 경험한 사람만이,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만이, 그것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보내주셨던 사랑의 선물이었던 것을, 그래야만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었음을, 그래야만 단단한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음을 알 것입니다.

 

고통조차도 하나님의 사랑의 선물임을, 그리고 그런 고통들을 통해 우리는 아직도 하나님의 사랑을 배운다는 것을 깨닫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